[오토바이는 거들 뿐] 자동차 대신 산 슈퍼커브, 일상의 새로고침 버튼이 되다

M스토리 입력 2026.03.17 09:57 조회수 459 0 프린트
 

하루 종일 복잡한 코드와 씨름하는 개발자에게 완벽한 ‘로그아웃’의 순간은 언제일까? 이번 ‘오토바이는 거들 뿐’에서 만난 유근영 씨는 다이어리에 빈칸이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취미를 가진 종합병원 ERP 개발자다.

자동차 구매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충동적으로 들인 ‘슈퍼커브’가 어떻게 그의 일상에 탁 트인 해방감을 안겨주었는지, 그리고 왜 초보 라이더들에게 “저배기량부터 천천히 즐기라”며 당부하는지, 그의 담백하고 유쾌한 라이딩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유근영입니다.

피자 러버(Pizza lover)로 알려져 있잖아요. 요즘도 자주 먹나요?
피자 동호회로 시작해서 피자와 사랑에 빠지게 됐죠. 갓 구워진 피자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작년에는 피자 팝업 행사에서 일손을 돕기도 했어요.

개발자 유근영도 소개해주세요.
종합병원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겸하고 있어요. 병원 프로그램을 크게 진료, 간호, 진료 지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저는 그중 경영 정보 프로그램을 맡고 있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EPR: 회계, 인사, 생산, 물류 등 기업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와 자원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현재 병원이 첫 직장인가요?
두 번째예요. 스물여섯에 기술 영업으로 1년 정도 근무했어요. 코스모스 졸업을 한 후, 영어 학원 다니면서 면접 보는 게 하루의 루틴이었어요. 하루에 면접을 세 번 본 적도 있어요(웃음).

그러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이라고 하는 전자 의료 정보 프로그램을 동물병원에 납품하는 영업을 했어요. 전산과를 나온 터라, 전공과 전혀 동떨어진 건 아니었지만 사실 운전면허만 있어도 지원할 수 있던 직종이었어요. 물론 영업할 때 도움은 됐지만요.
[EMR: 병원에서 종이 차트 대신 컴퓨터를 활용해 환자의 인적 사항, 병력, 진단, 치료, 처방 등 모든 진료 정보를 전산화하여 기록하는 시스템]

언제 이직을 생각하게 됐나요?
어느 날부터 프로그램만 영업뿐만 아니라, 강아지 약, 간식까지 제 업무가 되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현타가 왔죠(웃음). 마침 대학 동기에게 '곧 사람을 뽑을 예정이니 이력서 준비해 둬.'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함께 근무하고 있죠. 저보다 조금 일찍 입사했다고 알게 모르게 선배 행세를 하지만요(웃음).
 
 
AI시대에 개발자라는 직업의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주변에 '개발 한 번 배워볼까?'라는 친구들이 몇 있는데요. 현재는 레드오션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물론 배워둬서 나쁠 건 없겠지만요.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AI를 활용하여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는 프롬프터를 추천할 것 같아요.

개발자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회사 가는 날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퇴근길에 꼭 아내에게 연락해요. 저녁을 함께 하고 반려견 노을이 산책을 다녀오죠. 이후 러닝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밤바리를 다녀와요.

쉬는 날 오전에는 단백질 셰이크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노을이 산책을 다녀와요. 산책 겸 카페에 들른 후 아내와 점심 식사를 하며 오후를 계획하죠. 오토바이 타고 나갈 때도 있고 산책을 한 번 더 가기도 해요. 물론 그냥 쉴 때도 있고요.
 
 
SNS를 보면 정말 다양한 취미를 가진 것 같아요. 피자, 캠핑, 러닝, 보드게임, 오토바이까지. 언제부터 취미에 적극적이었나요?
3년 전쯤만 해도 취미라고 부를 만한 게 없었어요.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는 게 다였죠. 지금은 취미를 갖는 게 취미가 됐어요(웃음). 지금까지는 저 혼자만 즐기는 취미를 가졌던 것 같아서, 올해에는 아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을 시작했어요.

오토바이도 그렇게 시작된 건가요?
처음에는 욕망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는데요(웃음). 2020년 10월쯤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차는 큰 금액이 들잖아요. 그래서 비교적 적은 금액이 발생하는 슈퍼커브를 산 거죠. 주변에 추천하거나 타는 사람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웃음).
 
 
그때도 지금처럼 모토캠핑을 다녔나요?
커브로는 출퇴근만 했어요. 주말에 동네 마실 정도만 다녔죠. 가장 멀리 간 게 남양주였으니까요. 당시 모토캠핑 경험이 없기도 했지만, 사실 금방 다른 오토바이로 바꿨거든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쉬워요. 커브를 좀 더 오래 탔어야 하는데, 평생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요. 천천히 배기량을 높이면 더 재밌게 탔을 것 같거든요.

오토바이로 여러 경험을 하잖아요. 지금 떠오르는 순간이 있나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요. 첫 오토바이인 커브를 사서 집에 돌아오던 때요. 처음이라 무서워서 속도도 빠르지 않았을 거예요. 기껏해야 시속 40~50km. 그런데도 재밌다며 소리 기억이 나요. 탁 트인 개방감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느꼈거든요. 모든 게 어색했지만 그만큼 새롭고 재밌었어요.

다른 라이더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저배기량 오토바이부터 천천히 단계별로 즐기면서 올라오세요. 게임에서 레벨업 하듯이요. 그러면 더 오래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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